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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장류진 『달까지 가자』 책 리뷰|돈이 많아지면 정말 행복해질까

by 책장 너머의 이야기 2026. 9. 15.

“돈이 조금만 더 있었으면 좋겠다.”

 

누구나 한 번쯤 해봤을 법한 생각입니다. 월급날이 지나면 다시 통장이 비어가고, 사고 싶은 것을 마음껏 사기에는 부담스럽고, 열심히 일해도 삶이 크게 달라지지 않는 것처럼 느껴질 때가 있습니다.

 

장류진의 『달까지 가자』는 바로 그런 현실에서 시작합니다.

 

이 소설에는 엄청난 부자도, 특별한 능력을 가진 주인공도 등장하지 않습니다. 회사에 다니고 월급을 받고, 상사의 눈치를 보고, 친구들과 맛있는 것을 먹으며 하루를 버티는 평범한 직장인들이 등장합니다. 그러다 어느 순간 이들에게 ‘돈을 많이 벌 수 있는 기회’가 찾아옵니다.

 

그 순간부터 이야기는 빠르게 움직이기 시작합니다.

『달까지 가자』는 어떤 소설일까

『달까지 가자』는 장류진 작가의 첫 장편소설로 2021년 4월 15일 창비에서 출간되었습니다. 364쪽 분량으로, 마론제과라는 회사에서 일하는 정다해·강은상·김지송 세 사람의 일상과 우정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펼쳐집니다.

 

세 사람은 회사에서 비슷한 시기에 만난 동료입니다. 각자의 직급과 업무는 다르지만 회사에서 느끼는 소외감과 경제적인 고민에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이들이 가까워지는 과정은 상당히 현실적입니다.

 

회사에서 힘든 일이 있었던 날 함께 이야기하고, 맛있는 디저트를 먹고, 상사의 이야기를 하면서 스트레스를 풀기도 합니다. 거창한 사건이 아니라 직장인이라면 한 번쯤 경험해 봤을 법한 일상에서 세 사람의 관계가 만들어집니다.

 

그러던 중 강은상이 가상화폐 투자로 상당한 수익을 얻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세 사람의 일상이 달라집니다. 이후 이들은 돈과 미래에 대한 기대를 품고 함께 ‘달까지 가자’는 목표를 바라보게 됩니다.

이 소설이 재미있는 이유는 ‘돈’보다 ‘사람’에 있다

『달까지 가자』를 처음 보면 가상화폐를 소재로 한 소설이라는 점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옵니다.

 

하지만 책을 읽다 보면 투자 자체가 핵심은 아니라는 생각이 듭니다.

 

가상화폐는 세 사람의 욕망을 드러내는 장치에 가깝습니다.

 

돈이 생기면 무엇을 하고 싶은지, 지금의 직장을 그만둘 수 있을지, 가족에게 어떤 도움을 줄 수 있을지, 남들에게 무시당하지 않는 삶을 살 수 있을지에 대한 생각이 자연스럽게 드러납니다.

 

결국 이들이 원하는 것은 단순히 숫자로 표시되는 돈이 아닙니다.

 

돈이 있다면 지금보다 조금 더 자유롭게 살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에 가깝습니다.

 

그래서 이 소설을 읽을 때는 ‘투자로 돈을 벌 수 있을까?’라는 질문보다 ‘나는 돈이 많아진다면 무엇이 달라질까?’라는 질문을 던져보는 것이 더 재미있습니다.

‘달까지 가자’라는 말에는 어떤 의미가 있을까

제목도 상당히 재미있습니다.

 

‘달까지 가자’라는 말은 현실적인 목표라기보다는 어딘가 과장된 구호처럼 들립니다. 당시 투자 열풍에서 사용되던 ‘To the Moon’이라는 표현과도 연결됩니다.

 

그런데 소설 속 세 사람에게 이 말은 단순한 투자 구호가 아닙니다.

 

지금보다 더 나은 곳으로 가고 싶다는 마음이 담겨 있습니다.

 

월급을 받아 생활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고 느끼고, 지금 살고 있는 집보다 더 좋은 곳에서 살고 싶고, 회사에서 인정받고 싶고, 가족에게 조금 더 여유로운 삶을 제공하고 싶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달’은 실제 목적지라기보다 현재의 삶을 벗어나고 싶은 마음을 상징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바로 이 지점에서 제목이 조금 씁쓸하게 느껴집니다.

 

달까지 가고 싶다는 마음은 너무나 간절한데, 현실에서는 그 거리가 쉽게 줄어들지 않기 때문입니다.

세 친구가 특별하게 느껴지는 이유

이 소설에서 가장 좋은 부분 중 하나는 세 인물의 관계입니다.

 

정다해, 강은상, 김지송은 완전히 똑같은 사람들이 아닙니다. 나이도 다르고 성격도 다르고 회사에서 맡은 업무도 다릅니다.

 

그런데 서로에게 편하게 이야기할 수 있다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회사에서는 업무 능력이나 평가로 사람을 판단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누가 더 좋은 평가를 받는지, 누가 승진하는지, 누가 회사에서 인정받는지를 신경 쓰게 됩니다.

 

하지만 세 사람의 관계에서는 그런 기준이 조금 느슨해집니다.

 

회사에서의 직급보다 서로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것이 중요하고, 잘된 일이 있으면 함께 기뻐하고 힘든 일이 있으면 함께 불평합니다.

 

그래서 이들의 우정은 이 소설에서 꽤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돈을 통해 삶이 달라질 수 있다는 기대가 커질수록, 오히려 마지막까지 남는 것이 무엇인지 생각하게 만들기 때문입니다.

돈이 많아지면 불안도 사라질까

『달까지 가자』를 읽으며 자연스럽게 생기는 질문이 있습니다.

 

돈이 많아지면 지금의 불안도 사라질까?

 

아마 소설이 보여주는 답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습니다.

 

경제적인 여유가 생기면 분명 해결되는 문제가 있습니다. 주거비나 생활비처럼 현실적인 부담도 줄어들 수 있습니다.

 

하지만 돈으로 모든 불안을 해결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더 많은 돈을 갖게 되면 그것을 잃을까 봐 걱정할 수도 있습니다. 다른 사람과 비교하면서 더 많은 것을 원하게 될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소설 속 인물들을 바라보면서 ‘돈을 많이 벌면 행복할 것이다’라고 단순하게 결론 내리기는 어렵습니다.

 

돈은 삶을 편하게 만들어주는 중요한 요소지만, 삶 전체를 설명해 주는 기준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직장인의 현실을 이렇게 가볍게 다룰 수 있다는 것

장류진 작가의 문체에서 인상적인 부분은 무거운 현실을 지나치게 무겁게만 그리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회사에서 겪는 스트레스나 경제적인 불안은 결코 가벼운 문제가 아닙니다. 하지만 작품 속에서는 그런 상황이 유머와 대화 속에 자연스럽게 녹아 있습니다.

 

그래서 읽는 사람도 웃으면서 이야기를 따라가게 됩니다.

 

그런데 웃다 보면 어느 순간 씁쓸한 부분이 보입니다.

 

‘이 장면이 왜 이렇게 현실적이지?’

‘나도 비슷한 생각을 해본 적이 있는데.’

 

이런 생각이 들기 때문입니다.

 

출판사 역시 『달까지 가자』를 동시대 젊은 세대의 현실을 생생하게 담은 ‘하이퍼 리얼리즘’ 소설로 소개하고 있으며, 실제 직장생활의 디테일과 속도감 있는 전개가 작품의 특징으로 평가됩니다.

이 책에서 가장 생각해 볼 만한 것은 ‘경제적 자유’다

요즘 자주 등장하는 말 가운데 하나가 ‘경제적 자유’입니다.

 

돈을 충분히 벌어서 더 이상 돈 때문에 일을 하지 않아도 되는 상태를 의미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달까지 가자』의 인물들이 꿈꾸는 것도 어느 정도 이와 맞닿아 있습니다.

 

하지만 소설은 경제적 자유를 단순히 좋은 것으로만 그리지 않습니다.

 

왜 우리가 경제적 자유를 원하는지 생각하게 합니다.

 

정말 일을 하기 싫어서일까요?

아니면 돈 때문에 하고 싶지 않은 일을 계속해야 하는 상황에서 벗어나고 싶은 것일까요?

 

이 둘은 조금 다릅니다.

 

어쩌면 우리가 원하는 것은 돈 그 자체가 아니라 내가 내 삶을 선택할 수 있는 힘인지도 모릅니다.

 

이렇게 생각하면 제목 속 ‘달’도 조금 다르게 보입니다.

 

달은 돈으로 갈 수 있는 장소가 아니라, 지금보다 자유로운 삶을 상상하게 만드는 목표가 됩니다.

『달까지 가자』를 읽고 남는 질문

이 소설은 책장을 덮은 뒤에도 몇 가지 질문을 남깁니다.

 

나는 지금 무엇 때문에 돈을 벌고 있는가?

조금 더 많은 돈이 생긴다면 내 삶에서 가장 먼저 바꾸고 싶은 것은 무엇인가?

그리고 지금 내가 가진 것 중에서 돈으로는 살 수 없는 것은 무엇인가?

 

이 질문들은 정답이 있는 문제가 아닙니다.

 

사람마다 원하는 삶이 다르고, 경제적인 상황도 다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런 질문을 한 번쯤 생각해 보는 것만으로도 돈을 바라보는 시선은 달라질 수 있습니다.

『달까지 가자』는 어떤 독자에게 잘 맞을까

직장생활을 소재로 한 현실적인 소설을 좋아한다면 잘 맞는 책입니다.

 

특히 회사라는 공간에서 벌어지는 인간관계와 경제적인 고민을 너무 무겁지 않게 읽고 싶을 때 추천할 만합니다.

 

또한 ‘돈이 많으면 행복할까’, ‘경제적 자유란 무엇일까’, ‘우리가 원하는 것은 정말 돈일까’ 같은 질문에 관심이 있다면 단순한 직장소설 이상의 재미를 느낄 수 있습니다.

 

반대로 투자에 관한 구체적인 방법이나 경제 지식을 얻기 위한 책을 찾는다면 목적이 다릅니다.

 

『달까지 가자』는 투자 방법을 알려주는 책이 아니라, 돈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욕망과 불안, 그리고 그 안에서 만들어지는 관계를 그린 소설이기 때문입니다.

 

장류진 『달까지 가자』 책 리뷰|돈이 많아지면 정말 행복해질까
장류진 『달까지 가자』 책 리뷰|돈이 많아지면 정말 행복해질까

결국 달까지 가고 싶은 이유

책을 읽고 나면 제목이 조금 다르게 느껴집니다.

 

처음에는 ‘달까지 가자’가 돈을 많이 벌어보자는 말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그 안에는 훨씬 평범한 소망이 들어 있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조금 더 좋은 집에서 살고 싶고, 돈 때문에 하고 싶은 일을 포기하고 싶지 않고, 가족에게 도움을 주고 싶고, 회사에서 무시당하고 싶지 않은 마음.

 

결국 사람들이 원하는 것은 어쩌면 거창한 성공이 아닐지도 모릅니다.

 

조금 더 나은 내일을 살 수 있다는 확신.

 

그것이 세 사람이 바라보는 ‘달’에 가까운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장류진의 『달까지 가자』는 돈과 투자라는 현실적인 소재를 이용하면서도 결국 사람에 대한 이야기를 합니다. 경제적인 불안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이 어떤 희망을 품고, 서로에게 의지하며, 더 나은 삶을 꿈꾸는지를 보여줍니다.

 

그래서 이 책은 투자 열풍을 다룬 소설이면서 동시에 지금보다 조금 나은 삶을 원하는 평범한 사람들의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책을 다 읽고 나서 ‘나도 달까지 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면, 그 달이 정확히 무엇인지 한 번 생각해 보는 것도 좋겠습니다.

 

돈일 수도 있고, 자유일 수도 있고, 안정적인 삶일 수도 있습니다.

 

어쩌면 우리가 정말 원하는 것은 달에 도착하는 것보다 지금보다 나은 곳을 향해 계속 갈 수 있다는 희망인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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