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일을 결정하기 전에 여러 번 생각하는 편이다.
이렇게 해도 괜찮을까.
다른 방법이 더 좋은 것은 아닐까.
지금 선택한 것이 나중에 후회할 일이 되지는 않을까.
가끔은 이미 결정을 내리고도 다시 생각한다. 그리고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기 시작하면 처음에는 별것 아니었던 일이 어느새 꽤 큰 고민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김혜남의 『생각이 너무 많은 어른들을 위한 심리학』을 읽게 된 것도 이런 생각과 관련이 있었다.
제목부터 마치 내 이야기를 하는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런데 책을 읽으면서 생각이 많다는 사실 자체보다 더 중요한 것은 그 생각을 어떻게 다루느냐일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생각이 많은 사람에게 필요한 것은 ‘생각하지 않는 것’일까
이 책을 읽기 전에는 생각이 많으면 단순히 단점이라고 생각하기 쉬웠다.
걱정이 많고 결정을 오래 내리는 사람은 자신감이 부족한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모든 생각이 나쁜 것은 아니다.
앞으로 생길 수 있는 문제를 미리 생각하는 것은 현실적인 준비가 될 수 있고, 자신의 행동을 돌아보는 것도 더 나은 선택을 하기 위한 과정이 될 수 있다.
문제는 생각이 어느 순간부터 해결을 위한 고민이 아니라 걱정을 반복하는 과정으로 바뀌는 것이다.
‘어떻게 하면 좋을까?’라는 질문이 ‘혹시 잘못되면 어떡하지?’라는 질문으로 계속 이어지면 생각은 많아지지만 실제 행동은 줄어들 수 있다.
책을 읽으며 내가 평소 고민하는 방식도 한번 돌아보게 됐다.
생각을 많이 하고 있는 것과 문제를 해결하고 있는 것은 반드시 같은 의미가 아닐 수 있다는 점이 특히 기억에 남았다.
결정하기 어려운 이유는 완벽한 답을 찾기 때문이다
살면서 선택해야 하는 순간은 계속 찾아온다.
공부나 진로처럼 중요한 문제부터 인간관계나 일상적인 선택까지 종류도 다양하다.
문제는 어떤 선택을 하든 결과를 완벽하게 알 수 없다는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선택하기 전에 가능한 결과를 계속 예상한다.
이 선택을 하면 어떻게 될까.
저쪽을 선택하면 더 나아지지 않을까.
조금 더 기다리면 좋은 기회가 생기지 않을까.
이런 생각을 반복하다 보면 어느 순간 선택 자체보다 선택하지 못하는 시간이 길어진다.
『생각이 너무 많은 어른들을 위한 심리학』은 완벽한 때를 기다리기보다 일단 무엇인가를 시도해보는 태도의 중요성을 이야기한다. 책에서 반복적으로 강조하는 것도 결국 고민만 계속하기보다는 행동으로 옮기는 것이다.
이 부분은 읽으면서 꽤 현실적으로 다가왔다.
완벽한 선택을 찾기 위해 기다리다 보면 정작 아무것도 시작하지 못할 수 있기 때문이다.
후회하지 않으려다 오히려 지금을 놓칠 때
우리는 흔히 후회하지 않는 선택을 하고 싶어 한다.
그런데 모든 선택에는 어느 정도의 후회가 따라올 수밖에 없다.
잘한 선택이라고 생각했던 일도 시간이 지나면 아쉬운 부분이 생길 수 있고, 당시에는 잘못된 선택이라고 생각했던 일이 나중에는 중요한 경험이 되기도 한다.
그래서 ‘후회하지 않는 삶’이라는 말을 다시 생각하게 됐다.
후회할 가능성을 완전히 없애는 것이 아니라, 후회할 가능성이 있다는 사실을 받아들이면서도 내가 할 수 있는 선택을 하는 것이 현실적인 방법일 수 있다.
책을 읽으면서 이 부분이 특히 마음에 남았다.
어떤 결정을 할 때 결과를 완벽하게 통제하려고 하기보다,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선택에 집중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다른 사람의 시선에서 조금 벗어나기
생각이 많아지는 또 다른 이유는 다른 사람의 시선일 때가 있다.
내가 이렇게 행동하면 다른 사람이 어떻게 생각할까.
내 선택을 이상하게 보지는 않을까.
혹시 실망하지 않을까.
이런 생각을 하다 보면 어느 순간 내가 원하는 것보다 다른 사람이 원하는 방향을 더 중요하게 생각하게 된다.
특히 인간관계에서는 이런 고민이 쉽게 생긴다.
모든 사람에게 좋은 사람으로 보이고 싶어 하고, 갈등을 피하려고 하다 보면 정작 자신의 감정이나 필요를 뒤로 미루기도 한다.
책의 내용을 따라가면서 관계에서 중요한 것은 상대방에게 무조건 맞춰주는 것이 아니라 나와 상대방 사이에 적절한 거리를 유지하는 것이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
누군가에게 좋은 사람이 되는 것과 모든 사람의 마음에 들어야 하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이기 때문이다.
부족한 나를 계속 찾아내는 습관
책을 읽으면서 또 하나 눈에 들어왔던 것은 자신을 바라보는 방식이었다.
우리는 자신의 부족한 부분을 발견하는 데 꽤 익숙하다.
다른 사람과 비교하면서 내가 부족한 점을 찾고, 잘하지 못했던 일을 떠올리며 다음에는 더 잘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물론 자신의 부족한 부분을 돌아보는 것은 필요하다.
하지만 그것이 지나치면 자기 자신을 끊임없이 평가하는 습관이 될 수 있다.
‘나는 왜 이것밖에 안 될까’라는 생각을 계속하다 보면 실제 능력보다 자신을 더 낮게 평가하게 될 수도 있다.
책에서는 약점을 고치는 데만 집중하기보다 자신의 강점을 키우는 방향도 중요하게 이야기한다.
이 부분을 읽으며 나 자신을 평가할 때도 잘못한 것만 찾아내고 있었던 것은 아닌지 생각해봤다.
잘한 일은 너무 당연하게 넘기면서 부족한 부분만 크게 바라보고 있었다면, 그것 역시 나 자신을 제대로 바라보는 방법은 아닐 것이다.
인간관계가 피곤할 때 생각해볼 것
사람과의 관계가 힘들 때 우리는 상대방을 바꾸려고 생각하기 쉽다.
왜 저 사람은 저렇게 행동할까.
왜 내 마음을 몰라줄까.
왜 나에게만 이렇게 대할까.
하지만 상대방의 생각과 행동을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바꾸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
그렇다면 내가 조절할 수 있는 부분에 집중하는 편이 낫다.
어디까지 이야기할 것인지, 어떤 관계를 유지할 것인지, 상대방의 말을 어디까지 받아들일 것인지 결정하는 것은 내가 할 수 있는 일이기 때문이다.
『생각이 너무 많은 어른들을 위한 심리학』의 목차에서도 인간관계의 피로, 다른 사람의 평가를 받아들이는 방식, 일에 대한 비판을 자신에 대한 비난으로 받아들이지 않는 방법 등이 다뤄진다.
이런 내용은 심리학을 전문적으로 공부하지 않은 독자도 자신의 일상과 연결해 생각하기 쉬운 부분이었다.
긍정적인 생각만 해야 한다는 부담에서 벗어나기
심리학이나 자기계발서를 읽다 보면 가끔 ‘긍정적으로 생각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접하게 된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항상 긍정적으로 생각할 수 없다.
걱정되는 일이 생기면 걱정할 수도 있고, 실패하면 속상할 수도 있다.
중요한 것은 부정적인 생각이 생기지 않도록 억지로 없애는 것이 아니라 그 생각에 지나치게 끌려가지 않는 것일지도 모른다.
이 책에서도 긍정적인 사람에게 부정적인 생각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라는 관점을 제시한다. 부정적인 생각 역시 위험을 인식하고 현실적인 문제에 대비하는 데 필요한 기능이 있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 부분은 ‘생각이 많은 나’를 무조건 고쳐야 한다고 생각했던 사람에게 조금 다른 시선을 줄 수 있는 내용이라고 느꼈다.
책을 읽으며 가장 현실적으로 다가왔던 부분
이 책의 장점은 심리학적인 내용을 일상적인 고민과 연결해서 이야기한다는 점이다.
어렵게 느껴질 수 있는 심리학 개념을 길게 설명하기보다는 실제 사람들이 살아가면서 흔히 경험할 수 있는 고민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풀어간다.
그래서 책을 읽으면서 자연스럽게 자신의 생활을 떠올리게 된다.
나 역시 책을 읽는 동안 앞으로 해야 할 일이나 결정해야 할 일들을 생각하게 됐다.
그런데 예전처럼 ‘무엇이 가장 완벽한 선택일까’를 찾기보다는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를 먼저 생각해보는 것이 더 현실적인 접근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생각을 없애는 것이 아니라 생각의 방향을 바꾸는 것이다.
이 차이가 생각보다 중요하게 느껴졌다.
조금 아쉬웠던 점
개인적으로 모든 내용이 새롭게 느껴진 것은 아니었다.
심리학이나 자기계발 분야의 책을 평소 많이 읽는 사람이라면 이미 알고 있는 내용처럼 느껴지는 부분도 있을 수 있다.
또한 책에서 전달하려는 메시지가 비교적 분명하기 때문에 독자에 따라서는 비슷한 조언이 반복된다고 느낄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처음 심리학 관련 책을 읽거나 현재 여러 가지 고민 때문에 생각이 많아진 사람에게는 오히려 이런 직접적인 방식이 장점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전문적인 심리학 지식을 깊이 공부하기 위한 책이라기보다, 자신의 생각과 생활을 돌아보는 계기를 만드는 책에 더 가깝게 느껴졌다.
결국 필요한 것은 생각보다 작은 행동
책을 읽고 나서 가장 기억에 남은 것은 ‘완벽한 때는 오지 않는다’는 메시지였다.
우리는 시작하기 전에 모든 준비를 끝내고 싶어 한다.
충분히 알아보고, 실수하지 않을 방법을 찾고, 확신이 생긴 뒤 움직이고 싶어 한다.
하지만 그렇게 기다리다 보면 시작 자체가 늦어질 수 있다.
어떤 선택이든 처음부터 완벽할 수는 없다.
일단 해보고 부족한 부분을 수정하는 과정에서 오히려 자신에게 맞는 방법을 찾을 수도 있다.
그래서 생각이 많은 사람에게 필요한 것은 ‘생각을 하지 않는 연습’이 아니라 생각한 뒤 한 걸음 움직이는 연습일지도 모른다.
『생각이 너무 많은 어른들을 위한 심리학』을 추천하고 싶은 사람
이 책은 현재 선택해야 할 일이 많거나, 작은 결정 하나에도 여러 가능성을 생각하는 사람에게 잘 맞을 것 같다.
특히 다음과 같은 고민을 하고 있다면 한 번 읽어볼 만하다.
- 결정하기 전에 지나치게 많은 경우의 수를 생각하는 사람
- 다른 사람의 평가를 많이 의식하는 사람
- 자신의 부족한 점을 자주 떠올리는 사람
- 인간관계 때문에 생각이 많아지는 사람
- 하고 싶은 일은 있지만 시작을 계속 미루는 사람
- 후회하지 않는 선택을 하고 싶어 하는 사람
2023년 개정증보판은 기존 『어른으로 산다는 것』을 전면 개정하고 내용을 보완한 책으로, 320쪽 분량으로 출간됐다. 저자는 오랜 기간 정신분석 전문의로 활동하며 만난 사람들의 고민을 바탕으로 어른의 불안과 생각, 관계에 관한 이야기를 풀어낸다.
책을 덮고 나서 달라진 생각
『생각이 너무 많은 어른들을 위한 심리학』을 읽기 전에는 생각이 많다는 것을 줄여야 할 문제처럼 바라봤다.
하지만 책을 읽고 난 뒤에는 조금 다르게 생각하게 됐다.
생각이 많다는 것 자체가 반드시 나쁜 것은 아니다.
중요한 것은 그 생각이 나를 앞으로 움직이게 하는지, 아니면 같은 고민을 반복하면서 제자리에 머물게 하는지에 있는 것 같다.
앞으로 어떤 선택을 해야 할 때도 완벽한 답을 찾으려고 너무 오래 고민하기보다는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작은 행동부터 찾아보려고 한다.
결과가 어떻게 될지는 누구도 정확하게 알 수 없기 때문이다.
결국 삶은 모든 답을 알고 시작하는 것이 아니라, 확신이 부족한 상태에서도 한 걸음씩 나아가면서 답을 만들어가는 과정에 가까운 것인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이 책을 읽고 난 뒤 가장 마음에 남은 문장은 책의 핵심 메시지를 이렇게 바꿔 표현할 수 있을 것 같다.
생각이 많아서 늦어지는 삶보다, 조금 부족하더라도 움직이면서 만들어가는 삶을 선택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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